[잡담] 조작된 기억. 길들여지는 고객.
1. 흙을 쌓는 방법에 대해서.
포크레인이 평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상태에서 패인 공간에 3.5톤짜리 트럭이 계속 흙을 들이부어댑니다. 처음에는 바닥부터 쌓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모서리가 차면서 1/4등분의 산이 생겨납니다. 사람들은 조금씩 그 능선을 따라 걸어다니기 시작을 합니다. 바닥에서 기다리던 포크레인은 이 흙더미를 조금씩 옮겨놓기 시작하면서 어떤 법칙에 의해(운전자의 직감)흙을 다른 곳으로 조금씩 옮겨놓기 시작합니다.
-1)서비스와의 공통점
신규서비스는 홀로 고립된 섬과 같은 경우가 다분합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외면 혹은 로딩타임의 지연, 시대의 흐름에 지나치게 빠르거나, 이미 흘러간 흐름에 부응한다거나 하는 등의 현상에 따라 버림받고 1kb짜리 쿠키만큼의 값어치도 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바가지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에 제한이 있듯이 서비스 역시 담을 수 있는 크기에 따른 기획은 물론 그 범위의 파악이 중요합니다. 어떤 유저가 사용할 것인가, 어떤 특성을 살려야 할 것인가, 키포인트는 무엇인가... 포크레임이 하는 행위처럼 적당한 시점에 기획(운영)자가 타이밍을 잡아서 관여를 해야 하는 시점이 필요합니다.
-2)운영과의 공통점
점점 뾰족해져가는 흙더미처럼 매니아 고객들은 많아질 수 있겠지만 쌓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흘러내리는 흙들에 대해서도 대처방안을 세워줘야 합니다.
제대로 기반을 다져놓지 않은 곳에 흙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운영자가 관여할 타이밍은 물론 그 산의 모양이 예쁠리가 없습니다. 육각면체의 정가운데서 흙을 쌓아나가기보다는 한쪽 꼭지점을 찍은 채로 그 쪽을 포인트로 잡아 채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라바시의 링크에서 모든 단계가 여섯 단계 안에 물려 있다는 논리로 보자면 그 꼭지점은 각각의 링크 최소한 다른 곳과의 링크를 유지한채로 시작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반면 정중앙부터 쌓기 시작한 흙은 유입되는 흙의 양에 따라 어느 점에 먼저 닿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운영적인 차원에서의 대처가 어렵습니다.
한 곳을 기준으로 쌓을 때는 아래 쪽에서 기다리던 운영자는 그 흙을 조금씩 바닥으로 내리면서 육각면체를 평평하게 쌓아갈 수 있는 반면에, 정중앙부터 시작하는 경우 원뿔을 둘러싸고 평평하게 쌓아가야 하기에 예측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 후자의 경우라도 운영인력의 스킬과 노하우가 받춰준다면 네가지 점을 한번에 점거할 수도 있기에 유용하겠지만, 이런 케이스도 기존의 회원풀에 따라 쏟아붇고도 남을만한 회원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기획과의 공통점
기획에 대한 업무가 회의가 들 때마다 자주 가는 블로그가 있습니다. NHN을 신랄하게 까고, 기획에 대한 로직을 정말로 꾀고 있는 이 분의 글에서 제가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초보웹기획자가 화면을 그리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뉘앙스의 글이었고 두번째는 짝기획자의 효율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글제목을 외우지는 못하고 있기에 지금의 기억을 기준으로 적습니다)
공사현장에는 처음에 인력들이 투입되어 철근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사람의 조합은 그 넓은 환경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은 더뎌지고 무겁고 큰 철근은 처리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큰 포크레인이 하나 등장합니다. 이 큰 포크레인은 사람들이 하지 못하던 땅속을 파헤쳐 철근을 끄집어 내고 콘크리트를 부수기 시작합니다. 건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흙을 쌓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서 흙과 흙이 쌓이는 이 시점에서 바닥면에서 능선을 타고 올라가기에 포크레인은 너무 크기에 7층에서 바라보면정말 장난감같은 작은 포크레인 하나가 투입됩니다.
이 작은 아이는 능선을 오르락거리며 큰 포크레인과 의견 조율을 하며 능선의 부분부분을 조금씩 갉기도 하고 철근을 발라내기도 하는 등의 일들을 합니다.
여기서 큰포크레인과 작은포크레인의 관계가 짝기획자의 시너지와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조작된 기억에 대해서.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FRIEND닙니다만, 3년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뜨문뜨문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요근래 만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제 기억의 그 아이는 현모양처였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으며, 음식을 잘만들고, 성격이 남자같이 털털한 그런 스타일이자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게으르고 오히려 친한 사람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며, 음식을 할 줄 아는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성격은 전형적인 여자의 그것이었습니다.
왜. 저는 그 아이를 전자와 같을 거라고 기억하고 떠올렸던 걸까요.
1)웹사이트의 조작된 기억
모닝365 = 싸다 하지만 문제가 많은 곳(정확히 문제가 뭔지는 모름)
YES24 = 싸고 빠르다. 하지만 구매의욕이 들지는 않는 곳(정확히 왜 여기서 구매를 해야하는지 모름)
교보문고 = 그냥 좋은 이미지일뿐
네이버 = 치졸하고 짜증나는 곳인데 매일같이 들락거리는 곳
다음 = 만만해서 자주 들어가면서도 매일같이 짜증을 내는 곳
구글 = 뭔가 멋져보이는데 솔직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곳
마이크로소프트 = 항상접하면서도 잊고 살게 되는 곳
애플 = CEO의 이름과 제품의 디자인만을 고려하게 되는 곳
딜리셔스 = 북마크들이 모여있기는 한데 영어라 검색하기 어려운 곳
싸이월드 = 네이트온만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곳. MP3다운받기 귀찮아서 가끔 미니홈피 열고 음악 듣는 곳
각기 사이트와 서비스는 왜 저에게 저런 기억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나에게 해꼬지를 한 적도 없을 테고 평생(?)을 끼고 살아야할지도 모르는 저 아이들을 왜 저는 저렇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2)쇼핑몰의 조작된 기억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행위는 물품을 담는 이상의 인간의 정신이 스며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바구니는 일종의 HDD의 물리적인 영역이지만, 물건을 담아두는 그 시점에서는 행위자의 저장영역인 뇌의 서포트. 즉 뇌와 비슷한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 쇼핑몰에 들어가면 연령대에 맞는 추천 상품들을 꼽아서 보여주던 서비스가 유행처럼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를 들면 31~35살의 기혼 여성에게는 하기스 1단계부터 2단계와 후디스 산양분유를 꼽아주는 형식입니다만, 고객은 이 곳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가 쇼핑몰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존재하는 것은 저장을 원활히 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의 부가적인 메모리를 지원한다고 해야 할까요.
상품추천서비스의 유형은 행위자가 운영자인가 다른사용자인가에 따라서 구매의욕을 자극할수도 제로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사용자의 구매패턴에 따른 다른 상품들을 상품페이지의 부가영역에서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번 반디앤루니스의 리뉴얼은 이런면에서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작된 기억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진실입니다. 반디앤루니스의 시장점유율로 봤을 때 도서의 조회수와 판매량과 같은 수치를 외부에 오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조작된 기억을 변경할 수 있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구매된 데이터와 실제로 조회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 얼마정도 구매됐을까? 라며 반디를 찾아볼 것 같습니다.
(이 가정은 반디의 회원풀이 상당해야 한다는 가정이나, 다음의 웹인사이드와 랭키의 등락폭이 비슷하고 더불어 도서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습성을 가진 회원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나눠먹기식이라면 시장의 흐름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디는 진실된 모습으로 고객의 조작된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그 행위는 전면적인 리뉴얼이었고, 테그와 실제데이터의 오픈이었으며 이 두 가지 키포인트를 가지고 흙을 쌓게 될겁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리뉴얼시점부터 베스트셀러 판매량과 반디의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네요.
3. 마치며
화면을 그리면서 로직에 대한 이해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무렵, 서버와 개발언어를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개발자인 그들과 대화가 되었고 포토샵과 플래쉬를 다뤄본 사람으로 디자이너와 대화가 되었던 것만으로 전 기획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서 꽤 높은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체계적인 로직이 만들어지는 그런 개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WEB=SPACE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 WEB을 이루는 근간과 함께 그 체계와 뼈대, 그리고 행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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