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주변의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기고 나니 호기심이 또다시 발동을 합니다. 건물 7층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서 담배를 필때마다 바라보게 되는데, 입사할 때는 그냥 평지였던 곳이 요 근래 공사를 통해서 바닥을 파고 들어가더니 열심히 흙을 쌓고 있습니다.

1. 흙을 쌓는 방법에 대해서.
포크레인이 평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상태에서 패인 공간에 3.5톤짜리 트럭이 계속 흙을 들이부어댑니다. 처음에는 바닥부터 쌓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모서리가 차면서 1/4등분의 산이 생겨납니다. 사람들은 조금씩 그 능선을 따라 걸어다니기 시작을 합니다. 바닥에서 기다리던 포크레인은 이 흙더미를 조금씩 옮겨놓기 시작하면서 어떤 법칙에 의해(운전자의 직감)흙을 다른 곳으로 조금씩 옮겨놓기 시작합니다.

-1)서비스와의 공통점
신규서비스는 홀로 고립된 섬과 같은 경우가 다분합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외면 혹은 로딩타임의 지연, 시대의 흐름에 지나치게 빠르거나, 이미 흘러간 흐름에 부응한다거나 하는 등의 현상에 따라 버림받고 1kb짜리 쿠키만큼의 값어치도 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바가지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에 제한이 있듯이 서비스 역시 담을 수 있는 크기에 따른 기획은 물론 그 범위의 파악이 중요합니다. 어떤 유저가 사용할 것인가, 어떤 특성을 살려야 할 것인가, 키포인트는 무엇인가... 포크레임이 하는 행위처럼 적당한 시점에 기획(운영)자가 타이밍을 잡아서 관여를 해야 하는 시점이 필요합니다.

-2)운영과의 공통점
점점 뾰족해져가는 흙더미처럼 매니아 고객들은 많아질 수 있겠지만 쌓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흘러내리는 흙들에 대해서도 대처방안을 세워줘야 합니다.
제대로 기반을 다져놓지 않은 곳에 흙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운영자가 관여할 타이밍은 물론 그 산의 모양이 예쁠리가 없습니다. 육각면체의 정가운데서 흙을 쌓아나가기보다는 한쪽 꼭지점을 찍은 채로 그 쪽을 포인트로 잡아 채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라바시의 링크에서 모든 단계가 여섯 단계 안에 물려 있다는 논리로 보자면 그 꼭지점은 각각의 링크 최소한 다른 곳과의 링크를 유지한채로 시작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반면 정중앙부터 쌓기 시작한 흙은 유입되는 흙의 양에 따라 어느 점에 먼저 닿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운영적인 차원에서의 대처가 어렵습니다.

한 곳을 기준으로 쌓을 때는 아래 쪽에서 기다리던 운영자는 그 흙을 조금씩 바닥으로 내리면서 육각면체를 평평하게 쌓아갈 수 있는 반면에, 정중앙부터 시작하는 경우 원뿔을 둘러싸고 평평하게 쌓아가야 하기에 예측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 후자의 경우라도 운영인력의 스킬과 노하우가 받춰준다면 네가지 점을 한번에 점거할 수도 있기에 유용하겠지만, 이런 케이스도 기존의 회원풀에 따라 쏟아붇고도 남을만한 회원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기획과의 공통점
기획에 대한 업무가 회의가 들 때마다 자주 가는 블로그가 있습니다. NHN을 신랄하게 까고, 기획에 대한 로직을 정말로 꾀고 있는 이 분의 글에서 제가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초보웹기획자가 화면을 그리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뉘앙스의 글이었고 두번째는 짝기획자의 효율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글제목을 외우지는 못하고 있기에 지금의 기억을 기준으로 적습니다)

공사현장에는 처음에 인력들이 투입되어 철근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사람의 조합은 그 넓은 환경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은 더뎌지고 무겁고 큰 철근은 처리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큰 포크레인이 하나 등장합니다. 이 큰 포크레인은 사람들이 하지 못하던 땅속을 파헤쳐 철근을 끄집어 내고 콘크리트를 부수기 시작합니다. 건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흙을 쌓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서 흙과 흙이 쌓이는 이 시점에서 바닥면에서 능선을 타고 올라가기에 포크레인은 너무 크기에 7층에서 바라보면정말 장난감같은 작은 포크레인 하나가 투입됩니다.
이 작은 아이는 능선을 오르락거리며 큰 포크레인과 의견 조율을 하며 능선의 부분부분을 조금씩 갉기도 하고 철근을 발라내기도 하는 등의 일들을 합니다.
여기서 큰포크레인과 작은포크레인의 관계가 짝기획자의 시너지와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조작된 기억에 대해서.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FRIEND닙니다만, 3년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뜨문뜨문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요근래 만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제 기억의 그 아이는 현모양처였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으며, 음식을 잘만들고, 성격이 남자같이 털털한 그런 스타일이자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게으르고 오히려 친한 사람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며, 음식을 할 줄 아는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성격은 전형적인 여자의 그것이었습니다.

왜. 저는 그 아이를 전자와 같을 거라고 기억하고 떠올렸던 걸까요.

1)웹사이트의 조작된 기억
모닝365 = 싸다 하지만 문제가 많은 곳(정확히 문제가 뭔지는 모름)
YES24 = 싸고 빠르다. 하지만 구매의욕이 들지는 않는 곳(정확히 왜 여기서 구매를 해야하는지 모름)
교보문고 = 그냥 좋은 이미지일뿐
네이버 = 치졸하고 짜증나는 곳인데 매일같이 들락거리는 곳
다음 = 만만해서 자주 들어가면서도 매일같이 짜증을 내는 곳
구글 = 뭔가 멋져보이는데 솔직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곳
마이크로소프트 = 항상접하면서도 잊고 살게 되는 곳
애플 = CEO의 이름과 제품의 디자인만을 고려하게 되는 곳
딜리셔스 = 북마크들이 모여있기는 한데 영어라 검색하기 어려운 곳
싸이월드 = 네이트온만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곳. MP3다운받기 귀찮아서 가끔 미니홈피 열고 음악 듣는 곳

각기 사이트와 서비스는 왜 저에게 저런 기억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나에게 해꼬지를 한 적도 없을 테고 평생(?)을 끼고 살아야할지도 모르는 저 아이들을 왜 저는 저렇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2)쇼핑몰의 조작된 기억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행위는 물품을 담는 이상의 인간의 정신이 스며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바구니는 일종의 HDD의 물리적인 영역이지만, 물건을 담아두는 그 시점에서는 행위자의 저장영역인 뇌의 서포트. 즉 뇌와 비슷한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 쇼핑몰에 들어가면 연령대에 맞는 추천 상품들을 꼽아서 보여주던 서비스가 유행처럼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를 들면 31~35살의 기혼 여성에게는 하기스 1단계부터 2단계와 후디스 산양분유를 꼽아주는 형식입니다만, 고객은 이 곳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가 쇼핑몰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존재하는 것은 저장을 원활히 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의 부가적인 메모리를 지원한다고 해야 할까요.
상품추천서비스의 유형은 행위자가 운영자인가 다른사용자인가에 따라서 구매의욕을 자극할수도 제로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사용자의 구매패턴에 따른 다른 상품들을 상품페이지의 부가영역에서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번 반디앤루니스의 리뉴얼은 이런면에서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작된 기억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진실입니다. 반디앤루니스의 시장점유율로 봤을 때 도서의 조회수와 판매량과 같은 수치를 외부에 오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조작된 기억을 변경할 수 있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구매된 데이터와 실제로 조회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 얼마정도 구매됐을까? 라며 반디를 찾아볼 것 같습니다.
(이 가정은 반디의 회원풀이 상당해야 한다는 가정이나, 다음의 웹인사이드와 랭키의 등락폭이 비슷하고 더불어 도서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습성을 가진 회원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나눠먹기식이라면 시장의 흐름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디는 진실된 모습으로 고객의 조작된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그 행위는 전면적인 리뉴얼이었고, 테그와 실제데이터의 오픈이었으며 이 두 가지 키포인트를 가지고 흙을 쌓게 될겁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리뉴얼시점부터 베스트셀러 판매량과 반디의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네요.

3. 마치며
화면을 그리면서 로직에 대한 이해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무렵, 서버와 개발언어를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개발자인 그들과 대화가 되었고 포토샵과 플래쉬를 다뤄본 사람으로 디자이너와 대화가 되었던 것만으로 전 기획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서 꽤 높은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체계적인 로직이 만들어지는 그런 개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WEB=SPACE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 WEB을 이루는 근간과 함께 그 체계와 뼈대, 그리고 행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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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어느새 넘었네요.
이제 또 몇시간 되면 출근을 합니다..^^ 여기저기 부딛히는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몇달 전 전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웹기획자의 고뇌"라는 내용에 달아주신 답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이직을 생각하고 또 마음의 확신을 삼았습니다. 운이 따랐는지 평소 마음에 담고 있던 곳으로 이직을 했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벌써 6월.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갑니다.
요새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사람이 약한 것이, 지치고 괴로울 때면 가장 옆에 있는 가족에게 온갖 짜증을 내곤 하는데... 혼자 지내다 보니, 누구에게 화를 풀지 않고 혼자서 조금씩 삭혀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대신 술은 점점더 늘고 있습니다만...

팀장님은 "사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제일 싫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이 부분은 예전에 제 포스트의 댓글 내용 중 "기획자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진짜 기획자 vs 회사원. 회사원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계시나봅니다."와 약간 핀트는 맞지 않지만, 팩트 그대로 가슴에 꽃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래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나요?"
"원래 누구에게 묻지 않나요?"
"왜 보고를 하지 않나요?"

예전.. 벤처에서 현대 계열사로 들어간 친구가 기업문화에 적응못해 때려치고(?) 나온다고 했을 때.. 미친x이라며 정신을 차리라고 했던 저이지만 습관과 패턴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혼자서 어느정도 디자인과 프로그램, 서버까지.. 작지만 무언가 머리속에 꾀고 돌리던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무언가 겉도는 느낌까지 드는 정도라.. 가끔은 내가 신입일까? 라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신입이라면 이런 연봉을 줄리가 없는데.
경력이라면 아웃풋이 좋은 일을 해야 하는데.

예전과 달리 자리에 앉아 항상 일을 합니다. 신서비스 벤치마킹, 타사 리뷰, 경쟁서 서비스 사용... 등과 같은 일은 점점더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올블과 rss를 헤집고 다니며 블로깅을 하는 것도 이렇게 새벽에 가끔이고 주말이면 집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 회사의 특성상 책은 많이 읽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뷰를 올릴 시간도 없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

전체적인 로직을 꾀고 흘러가야 함에도 아직은 단편적인 시각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큰 데이터베이스와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차가운 업무롤들이 가끔은 가끔은...

누군가에게 일을 가르친다는 걸 좋아하고 즐겨했던 입장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걸 좋아했던 입장으로써.
무언가 바꿔갈 수 있는 변화를 주도했던 입장으로써.

얼음같은 차가움을 느끼고 있는 요즘은 자신이 점점 피폐해지는 것 같아 어렵네요.


훗. 그래도 경력 6년차면. 굴러먹던 가오가 있는데.
원래 이렇게 약했나 싶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이다 자러 갑니다.

간만에 쓰는 포스트에 잡설이 너무 많네요.. 너무 뭐라고들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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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집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새 즐겨 하고 있는 동숲에서 일요일이라고 낚시대회를 했는데.. 저번에 1등 먹은게 있어서 별로 땡기지도 않고 그냥 꽃밭에 물이나 주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난시가 심해져 좌측 안경알을 조금 바꿨더니 살 것 같습니다. 뿌연 느낌도 사라지고 뭔가 맑아진 기분이 듭니다.

직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볼 시기도 돌아오는 것 같고, 이제 서른살을 넘어서니 뭔가 안정된 것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웹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웹기획이라는 직군과 직무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이민을 알아보려 찾아보니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는 해외에서도 언어만 가능하면 취업이 가능한 루트가 무척이나 많더군요. 웹기획이라는 직업이 과연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디자이너에서 강사, 그리고 상품 기획자에서 마케터.. 그리고 기획자로 변화된 경우입니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다양한 면에서 웹을 바라보는 데 나름대로 익숙합니다. 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말하기엔 조금 오바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웹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확고한 지식과 이론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합니다.

과연 웹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잡코리아에 들어가보면 "스토리보드 작성 가능자"라는 항목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웹기획하는 입장으로 PPT를 포토샵만큼 잘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과연 그 스킬이 웹기획자의 필수 요소인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취업공고가 난 회사는 웹기획자를 뽑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업무가 세분화된 대형 에이전시에서의 웹기획자의 필수스킬은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한 스피치가, 포털업계에서의 웹기획자의 필수스킬은 인내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소기업과 벤처에서 겪은 바닥의 생리에서는 그런 능력들은 깡그리 필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1. 웹기획자는 시장조사에 탁월해야 한다.
2. 웹기획자는 컴퓨터도 잘 고칠 수 있어야 한다.
3. 웹기획자는 마케팅에 기본적으로 관여된다.
4. 웹기획자는 부서간의 싸움에 항상 질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5. 웹기획자는 사이트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짜맞출 수 있으면 된다.
6. 웹기획자는 만들어진 사이트를 운영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7. 웹기획자는 B2B를 통한 사업 기획 및 제휴에도 탁월해야 한다.
8. 웹기획자는 포토샵도 잘 다뤄야 하지만 엑셀의 함수에도 능해야 한다.

이쯤되면 잡무가 따로 없습니다. 기업에서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 일을 제외하면 상당히 큰 폭에서 움직일 수 있고,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면 있겠지만, 특화된 전문가로 진화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또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사이트에 따라서 전문적인 PM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아직까지 서열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직급이 높은 프로그래머가 존재하는 경우, 혹은 직급이 높은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경우, 기획자는 공통된 의견을 도출까지는 할 수 있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100% 웹에 투영하는 것이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이런 마당에 신규로 "웹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입사하는 동료들이나, 커뮤니티 글을 읽게 되면 무척이나 답답해집니다.

웹기획자에서 진화할 수 있는 것은 에반젤리스트나, 서비스 기획자로 전문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진화하지 못한 기획자들은 결국 사그러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신규로 태어나는 웹서비스들이 해외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사실은, 결국 웹기획자가 설 자리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설령 대단한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NC의 오픈마루와 같이 자금과 기획력이 확실히 뭉칠 수 있는 요소는 확률상 상당히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인 건가요.

결국 기획자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어디일까요.
웹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웹의 서비스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주변인의 시각에서 그 깊숙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 갭을 넘어갈 수 있는 용기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환경에 접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
결국 기획자가 서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요.

웹기획자가 없으면 프로그래머가 웹을 기획하면 되고.
웹기획자가 없으면 선임디자이너가 웹을 기획하면 되고.
운영자가 없으면 웹기획자가 웹을 운영하면 되고.
마케터가 없으면 웹기획자가 제안서를 작성하면 되고.

항상 여기저기서 부대끼는 웹기획자라는 직군과 직무가 답답해지는 요즘입니다.

디자이너의 스케쥴에 따라 기획서를 뽑아내고.
프로그래머의 구현실력에 따라 기획서를 타협하고.
결국 구현된 웹사이트의 각종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구현된 웹사이트의 매출과 서비스방안, 방문자 증가, 광고주 수주 등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고.
이러면서 퇴근은 가장 늦게 하는 이 직업에 대해 답답해지는 요즘입니다.

이젠 세분화된 직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웹기획자가 아닌 웹서비스 기획자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신물이 나고 지긋지긋한 이 웹바닥에서 그래도 줄을 놓지 않는 것은 웹과 유저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웹에서 살아남는 좋은 방법.

조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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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eoz 2008/02/25 12:25

    기업 문화에 따라 웹기획자(웹 서비스 기획자) 의 포지션이 조금씩 다른것 같습니다.

    최소한 제가 있었던 회사들에서는 웹 서비스 기획자가 기획한게 우선시 되고 (너무도 당연히..)
    그에 맞춰 디자인,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서비스 기획자라는것에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요 ^^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02:11

      neoz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디가 스팸필터에 걸려 노출이 되지 못했습니다. 에공;; 시야를 넓히기 위해 조금더 말을 아끼고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놈의 NDS. 책읽을 시간을 죄다 빼앗아가는군요.. ^^ 조언 감사드립니다.

    • neoz 2008/02/26 10:54

      흑.. 스팸필터링이라니 ㅠ_ㅠ
      NDS는 정말이지 시간 잡아먹는 기계이지요~

  2. 버번홀릭 2008/02/25 13:52

    어디선가 주워온 글입니다.

    웹 기획자가 가야할 길

    1. 스토리보드를 그리기에 앞서, 회사의 비젼과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해서
    서비스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하지 못하는 영역인 서비스, 상품,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겠죠.
    - 내가 만들려하는 서비스가 회사와 시장에 주는 기대 효과와 비젼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겠죠.
    - 이 서비스를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어떠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설정할 수 있어야겠죠.

    2. 이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최적의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시스템의 기술적 관점이 아닌 Data와 Process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분석할 수
    있어야겠죠.
    - Data Structure Diagram, Data Flow Diagram을 그릴 수 있어야겠죠.

    3. 마케팅, 경영기획, 비지니스 모델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산출물의 마케팅을 위한 홍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겠죠.
    -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 들어가는 리소스 (시간, 인력, 비용)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할 수 있어야겠죠.
    - 산출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BM을 설계할 수 있어야겠죠.

    참 와닿는 글이기는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저게 가능할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님의 글이 더 와닿네요 ^^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5 14:34

      어디선가는 위의 모든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소연이라면 하소연이었는데, 그래도 꽤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리플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샌가 사회에 물들어 노말한 직장인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어찌되었든. 다시 돌아가야할 것 같네요. 뭔가 제대로 된 기획자루요..

  3. 노양래 2008/02/25 13:55

    본인 스스로 서비스기획에 대한 계량화가 잘 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5 14:32

      계량화.. 세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vaderjung 2008/02/25 14:05

    실망인데요.
    RSS도 구독하고 있는데
    위 포스트를 보니 실망했습니다.
    기획자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진짜 기획자 vs 회사원.

    회사원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계시나봅니다.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5 14:31

      아. 뭔가 띵 맞은 기분입니다.
      진짜 기획자와 회사원. 어느샌가 회사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정은행 2008/02/25 17:16

      흠...베이더정사마가 여기계셨군요..^^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02:04

      아. 베이더정님이라고 읽으면 되는군요.. 닉을 어떻게 읽어야하나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감정은행님 감사합니다~ :)

  5. j 2008/02/25 14:13

    웹기획자라는 단어는 잘못된것 같습니다.
    오히려 Planner 혹은 Manager가 맞는 말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기획이 무슨뜻인지 잘 모르고 쓰는것 같습니다.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5 14:30

      명함에는 기획팀장으로 명기는 되어 있으니 일종의 manager가 맞기는 한 것 같습니다. 결국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인데, 관리를 하는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인지의 차이 같습니다. 어렵네요.

  6. 람보르모닝 2008/02/25 16:23

    웹기획자로 있으면서 글쓴님의 글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뭐.. 그나마 지금 재직중인 회사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기획의 상당부분이 반영이 가능하고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외주 개발사 및 디자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케파가 높아서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있긴 합니다.

    기획이란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누구나 하기 힘든 분야 이기도 합니다.
    제가 기획한 웹서비스 또는 웹사이트가 런칭되어 오픈되고 사람들의 피드백 속에서 때로는 좌절과 반성을 때로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는 매력이 있어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을거 같습니다.

    미팅이 있어 길게 글을 남기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핵심을 글에 적어 두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무리 신물이 나고 지긋지긋한 이 웹바닥에서 그래도 줄을 놓지 않는 것은 웹과 유저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웹과 유저들을 좋아하시니 한정된 자원과 인력에서 유저를 만족시킬 유저를 감동시킬 서비스를 기획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좋은 웹서비스 부탁드립니다 ^^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02:03

      좋은 말씀.. 그리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을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잡고 열심히 또 해야할 것 같아요. 너무 안일하게 요근래 접근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눈길 조심하세요 :)

  7. SuJae 2008/02/25 20:34

    저도 웹기획자의 현실에 대해 무척이나 회의를 가졌드랬습니다만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아무리 신물이 나고 지긋지긋한 이 웹바닥에서 그래도 줄을 놓지 않는 것은 웹과 유저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복잡하고 여러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획자라는 타이틀과 아이덴티티만큼은 놓고 싶지 않네요^^
    한번씩 이렇게 푸념을 하셔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한두달이 지난담에 이 글을 보시면, 내가 왜 이런글을 썼지?하면서 후회하기도 하죠 ㅎㅎ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02:02

      미쿡 생활은 괜찮으세요? RSS로 몰래몰래 훔쳐보고 있어요..
      이래저래 지치다보니 이런 글도 쓰나 봅니다. 결국 답은 자신이 들고 있는 건데, 꼭 이렇게 푸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 보면 아직은 덜 자란 듯 싶기도 합니다.
      서울은 내일.. 아 오늘이군요. 오늘까지 눈이 엄청 내린다고 합니다. 눈길이 사람 여럿 잡을 것 같아요. 타지에서 항상 건강하세요 :)

  8. A2 2008/02/26 00:33

    저는 응원해드릴께요. 힘내세요. ^^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01:58

      ^^ 감사합니다. 힘이 나요!!

  9. 도끼 2008/02/26 08:49

    우연히 타고 들어왔습니다.
    저역시 웹디자이너에서 웹기획으로 넘어 왔는데.. 다시 디자인을 하고 싶은 생각이 꿀뚝처럼....
    기획이 라는 것이 탁월한 PM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11:27

      전 디자인한지 너무 오래되서 이젠 돌아가기도 어려워요..쿠쿡^^(한때는 그래도 플래쉬에 일가견이 있던;;)
      유저를 대하는 방식이야 차이만 있을 뿐 디자이너나 기획자나 프로그래머나 모두 같은 목적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끼님도 좋은 기획자가 되실꺼에요.

      말씀 감사합니다.

  10. 하늘이 2008/02/26 10:05

    ^^ 글을 천천히 읽고서는 저도 무언가 글을 남기려고 살펴보니, 이미 위에서 다들 좋은 말씀 너무나 많이 해주신 것 같네요.

    '이런 웹에서 살아남는 좋은 방법.' 에 대한 답이라면, 아마도 그 바로 전에 이야기 하신 대목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신물이 나고 지긋지긋한 이 웹바닥에서 그래도 줄을 놓지 않는 것은 웹과 유저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웹과 유저들을 좋아한다... 기획자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이런 마음이면 언제까지고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 힘내세요.

    •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08/02/26 11:30

      안녕하세요 하늘이님.

      시야, 개량화, 현실, 회사원, 푸념 등등.. 너무 좋은 말씀들을 들은 것 같아요. 푸념을 잘했다 싶으면서도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결국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재충전이든 정신을 확고히 잡든 스스로가 해결해나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