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필리핀에서 결혼하기 4


한국에서 세부로 출국하기 전 많은 서류를 떼게 되는데, 그 중 저에 대한 증빙서류들을 필리핀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증빙"을 받아야 합니다. 위조본일수도 있는 데다가, 요근래 국제결혼에 대한 안좋은 소식(폭행 등)이 전해지면서 이런 규칙들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업체를 통해 진행한 관계로 대략적인 흐름에 대해서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1. 마닐라 한국 대사관 방문하기
한국에서 출력 및 발급받은 서류들은 필리핀에서 결혼서류 작성은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서류들의 증빙을 받고 또 국제결혼에 대한 인터뷰(30여분 정도)를 받기 위해 마닐라로 방문해야 합니다. 세부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부에서 마닐라까지는 비행기로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는 비행기를 처음 타봐서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출발할때는 창측이었는데, 돌아올때는 복도쪽이라서 조금 뾰로통해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마닐라 공항에서 한국 영사관까지는 30~40여분 소요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노란택시였는지, 흰택시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공항 앞에 택시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에 폴리스가 있었습니다. 근처에 줄이 서 있었고 저도 그리로 가서 택시를 잡아 탔었습니다. 아침을 굶고 출발한 탓에 공항 건너편에 있는 맥도날드에를 가려고 했는데, 도로를 횡단할 수가 없어 택시로 우선 맥도날드까지만 가서 아침을 먹고 영사관으로 출발했습니다.

대사관 앞에 가니 둘 중 한 명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명찰을 달고 들어가라고 합니다. 처의 ID카드를 맡겨놓고 들어가니 짐검사를 하고 건물안으로 들어가 미리 작성해온 서류를 제출하려고 하니 그 곳에서 일을 담당하시는 듯한 제복입은 아저씨가 새 문서를 주면서 양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다시 쓰라고 하더군요). 시키는대로 다시 쓰고 있는데, 처가 울상이 되더니 뭔가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저와 처 단 둘이 마닐라로 갔던 상황이라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세부에 있는 가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라고 하니, 출생증명서가 없는 줄 알고 그러고 있더군요. 알고보니 제가 들고 온 서류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국대사관에 가서 국제결혼관련해 방문했다고 하면 일련의 서류뭉텡이와 번호표를 뽑아줍니다. 상당히 친절하게 알려주므로 시키는대로 다 적고 접수를 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9시 반인가 10시부터 접수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11시인가 11시 30까지만 접수를 받아 시간을 놓치게 되면 마닐라에 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우선은 접수를 해야 하니 접수 시작 시간까지 기다리고, 접수를 완료한 이후에 오후 세시부터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으니, 데이트를 하러 잠시 밖으로 나와봅니다.

2. 마닐라 구경
세부와 마닐라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대사관 근처의 마닐라도 그렇게 번화가는 아니었습니다. 택스로 조금 가니 마켓마켓이라는 대형몰이 나왔는데, 그 몰에 가서 점심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필리핀에서의 "몰"은 한국의 영등포에에 있는 타임스퀘어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물론 크기는 타임스퀘어보다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큰 건 하나 봤고, 그보다 작은 건 서너개 정도 봤었습니다. 몰과 백화점이 반반씩 붙어있는 구조이고. 입구에서는 역시나 시큐리티들이 소지품을 일일히 검사합니다. 비단 몰뿐만이 아니라 작은 상점들도 시큐리티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더군요.

몰안은 제법 시원했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6층 규모였었는데 에스컬레이터와 엘러베이터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가득했습니다. 가장 꼭대기에는 영화관까지 마련되어 있더군요.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고, 몰 밖은 더운 데다가 지리를 모르니 이동조차 할 수 없어서 결국 안에서 4~5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처음 몰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눈이 초롱초롱해지던 처는 1층을 한 바퀴 돌아보더니 머뭇머뭇합니다. 왜 그런가 싶어 가만히 지켜보다 "up stair?" 라고 물어봤더니 "really?"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아마도 윗층에 올라가보고 싶은데, 제 눈치를 봤던 것 같더군요.시간은 많고 지리를 모르니 밖에 나갈수도 없는 상황이라 좋아라하는 처의 손을 잡고 마켓마켓을 제대로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층층마다 서서 하는 귀여운 행동이... 어렸을 때 저도 그랬던 것 같은데, 창문쪽으로 가면 그 밖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겁니다. 저도 가만히 같이 지켜보다가 조금 질리면 다시 돌아다니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열심히 움직이다보니 배가 제법 고픕니다. 제가 필리핀에서 먹은 현지음식들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닭고기를 좋아하다보니 졸리비에 가서도 가장 싼(100페소 이하)음식도 먹을만은 했는데, 지속적으로 그것만 먹게 된다면 그건 정말 별로일 것 같았습니다. 처와 처음으로 같이 먹었던 음식도 장인어른을 뵈었던 졸리비에서의 치킨한조각과 밥한주먹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을 깨작이든 먹고 있기에 입이 짧은가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한데 마켓마켓에 "토니로저스"가 있어 그 곳에 가서 150~250페소(4,000~6,500원)하는 음식을 시켜서 먹었는데, 깔끔하게 비우는 겁니다. 음식량이 많았는데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운 걸 보니 눈물이 좀 핑 돌 정도로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해서 닭고기를 먹고 싶으면 어머님이 닭발을 사오셔서 해먹곤 했다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얼굴에 그늘이 가득한 걸 보면 마음이 여러모로 편치 않았습니다.

밥을 먹고 조금 더 구경을 하다가 늦는 것보다 조금더 일찍 도착해서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왔습니다.

3. 영사관 인터뷰 
가서도 한 시간 남짓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아 손장난을 치면서 웃다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습니다. 인터뷰 시간이 다가올수록 저와 같은 국제결혼 부부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5~20여 커플이 모였는데 저보다 어린 분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인터뷰시에 영사가 물어보는 예상질문과 답변을 받아 열심히 외우고 있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처의 고향이나 생일, 그리고 취미 등 대여섯가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튼.. 안내받기로는 처와 같이 들어가서 인터뷰를 한다고 하는데, 남자들만 먼저 들어오라고 합니다. 처를 밖에 두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많이 뻘쭘하더군요.. 왜 그 분위기 있쟎습니까. 모르는 남자들인데 공통적인 목적이 있어 한 곳에 모여있는 엄청난 서먹함..;

조금 기다리니 영사가 들어오고 이런저런 말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특징과 그들이 한국인과 결혼하는 이유 등... 되도록이면 현실을 알려주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저와 같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고, 또 얼마나 많은 소문과 현실을 겪었을까 싶어 주의깊게 들어두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을 해준 뒤 한 명씩 호명하면서 거주지와, 직업 그리고 처를 만나게 된 계기를 한명씩 순서대로 물어봅니다. 이혼하신 분들은 전처와의 관계나 이혼 사유, 그리고 전처가 낳은 아이까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Q. 직업이 뭔가요?
Q. 결혼하면 어디에서 살게 되나요?
Q. 어떻게 만났습니까?
Q. 전처와 이혼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Q. 자제분들이 국제결혼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습니까?

얼추 위와 같은 내용들을 물어본 뒤 답변을 듣고 접수시 제출했던 여권을 되돌려 줍니다. 이 때 무슨 종이에 사인을 했는데, 별 중요한 내용이 아니어서 내용은 잊어버렸네요.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면 이제 처가 인터뷰를 받을 차례입니다. 무슨 내용을 물어보는지는 들어보지 못해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남성들의 인터뷰 시간에 비해 50%정도 짧은 시간만 들어가서 일찍 나오는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나게 되면 1,000100페소를 내고 인터뷰를 마쳤다는 인증서(?)를 하나 받습니다. 잊어버리면 안되니 고이고이 간직해서 가방에 넣고 대사관을 나섭니다.

4. 선물(곰인형, 한국어교재) 
대사관을 나오니 오후 다섯시정도여서 세부로 돌아가는 항공편인 10시 50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처가 아까 그 몰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근처에는 저녁을 먹을 곳도 없어서 밥도 먹을겸 다시 마켓마켓으로 향했습니다.

그때가 크리스마스 몇 주 전이어서 여기저리 트리같은 것도 걸리고 선물들이나 귀여운 것들이 많았는데, 유독 많이 만져보는 것이 곰인형이더군요. 곰인형들 종류도 한 두가지가 아닌데, 이 곳 저 곳, 각 층마다 곰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어 만지막만지작하는 모습이 안되 보여서 "저걸 사줄까?" 라고 물었더니 "비싸"라며 돌아섭니다.

가격대를 보니 200페소(5,000원)인데, 아무리 버릇이 나빠진다고 물건을 사주지 말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저건 사줘도 되겠다 싶은데, 몇 번을 물어봐도 비싸다며 도망을 갑니다..-_-; 설득을 하자니 영어도 한계가 있고 포기했는데, 저녁을 먹던 도중 좋은 생각이 납니다.

저녁은 음식 가격대가 비싸 사람들이 많이 없는(제 추측입니다) 토니 로저스에 가서 아까보다 더 비싼 음식을 시키고 온종일 돌아다녀서 고된 몸을 앉힌 뒤에 이렇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멏일 뒤면 난 한국으로 돌아간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인데 내가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곰인형을 사줄테니 그 곰인형이 나라고 생각해라"라고 되도 않는 영어를 하니 웃으면서 알았다고 합니다...얼른 저녁을 먹고 곰인형 파는 곳으로 가서 갈색 곰인형을 골라 사주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더군요..

결혼 후 한국에 오기까지 석달을 혼자서 보내야 하는데, 그 동안 한국어 공부를 하라고 몰 안에 있는 서점에 가서 140페소(3,600원) 책을 두 권 샀습니다. "SPEAK KOREAN 영어 한국어 따갈로그"라는 책이었는데, 한권은 처한테 주고 한 권은 제가 가지고 귀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어 교재는 세 권이 있었는데 세 권 모두 한국어가 병기된 책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영어, 한국어발음, 따갈로그만이 표기된 책이었습니다.
How are you?(영어), An-nyong ha-se-yo?(한국어발음), Kumusta?(따갈로그)
그래서 아래와 같이 한국어를 책에다가 병기해 준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How are you?(영어), 안녕하세요(한국어) )An-nyong ha-se-yo?(한국어발음), Kumusta?(따갈로그)

이후 숙소에 돌아가서 꼬박 8시간 정도를 한국어를 모두 병기해서 결혼식날 주었었는데,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5. 다시 세부로   
처와 같이 다니면서 필리핀 사람들이 성격이 느긋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부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 와중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세부에서 마닐라로 올 때 짐으로 부치지 않고 들고 탔던 3단 소형 우선에 차지를 붙인 게 괘씸한 데다가 그걸 반대로 마닐라에서 세부로 가지고 가려면 또 차지가 붙을 것 같아 찾지 않고 마닐라 공항을 나왔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비는 한 두 방울 내리는 데 쉽게 그칠만한 비는 아님을, 게다가 더 많이 올거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교통 상황을 생각하고 공항에서 대사관까지 3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돌아가려 했는데 왠걸... 택시 정류장에 사람이 100미터는 넘게 줄이 서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면, 마닐라에서 숙소를 찾아야 하고 캔슬된 비행기삯은 다시 받을 수도 없는데다가 추가로 비행기 비용이 더 들게 생겨서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처의 얼굴을 보니 정말 평화롭습니다.. 100미터가 넘는 줄을 기다릴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단속이 심한 이유인지 세워주지도 않는 데다가 퇴근 시간이라 빈 택시도 없어서 택시를 잡기 위해 다른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같이 걸어가는 와중에 저는 마음이 급하니 처의 손을 끌고 이동하는데, 처는 여전히 느긋하게 걷고 있더군요..;; 서두르라(hurry up)고 말하니 그제서야 조금 서두르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도 20여분을 헤맸지만 택시를 잡을 수는 없었고, 길가에서 서있는 저희들을 보너기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와서 택시를 잡을 거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니, 길로 뛰어 들어가 이 택시, 저 택시 잡으며 공항까지 가냐고 묻는데 두 어린 친구들이 그렇게 하니 5분만에 택시가 한 대 잡히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50페소(1,300원)를 각각 주었더니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마침 엄청나게 내리던 비도 택시 안에서 피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Posted by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12/01/20 12:17 2012/01/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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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필리핀에서 결혼하기 3


우여곡절 끝에 처자를 만나게 되었지만, 바로 어떤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요근래 필리핀 관련 서적과 논문들을 읽고 있는데, 한국과 유사하게 필리핀도 가부장적인 면이 있고 당연히 이런 중대사한 일은 가족과 상의를 거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낙태가 불가능한 점과 연관지어 "결혼"이라는 의식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이므로 당연하게도 개인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1. 필리핀에서의 결혼 승낙
세부에서 제가 머무른 곳은 "라푸-라푸"라는 곳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지명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요새 들어 자료를 좀 찾다보니 해당 지역의 원주민으로 침략자들을 이겨낸 유명한 인물이더군요. 처는 버스로 2시간 30분여정도 떨어져 있는 고향에서 라푸라푸시티로 나와 있던 상황이었고, 셀폰샵에서 핸드폰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셀폰샵은 하루에 12시간씩일을 하게 되는데, 식사는 당연히 챙겨주지 않고 쉬는 시간은 없으며 받는 페이는 한화로 250,000원 가량(10,000페소)이라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버는 돈은 모두 집으로 보내는 듯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결혼 후 시댁의 귀신(옛날 이야기지만)이 된다고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결혼 이후에도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결혼 이전과 동일하게 본인의 부모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고 합니다.

2시간 30여분 정도를 매일매일 출퇴근 할 수도 없으니 처와 사촌이 보딩하우스라는 곳에 묵고 있었고, 장인어른과 장남은 라푸라푸시티에서 건축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우선 결혼 승낙을 위해 장인어른을 뵈어야 했기에 깔끔한 옷을 입고 처와 함께 장인어른이 오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필리핀에는 한국과 같이 맥도날드, KFC등 패스트푸드점이 있는데, 졸리비라는 벌캐릭터의 패스트푸드점이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졸리비에 들어가 장인을 기다리는데 패스트푸드점이다보니 애들은 떠들고, 저와 가이드를 빼고는 모두 현지인들이라 괜시리 낯도 뜨거워서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젊고 강해 보이는 남성분이 와서 바로 제 앞에 앉으십니다.. 대머리는 아니신데 머리를 깔끔하게 하시고 콧수염이 있는데다가 눈이 엄청 부리부리하게 저를 처다보시더군요. 우선은 제가 대학을 나왔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물으시기에, 짧은 영어 실력으로 대학은 졸업했고 IT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30여분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저보다는 가이드와 장인이 직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 장인께서는 승낙을 하셨고, 본인도 고향에 내려가 장모님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인사를 드리러 가는 날을 약속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차비도 따로 챙겨드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에 중개업체에게 나머지 금액의 특정 퍼센테이지를 두번째로 지불하여 주게 됩니다.

2. 필리핀에서의 건강검진
아마도 다음 날 처가 될 사람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더군요. 이런 저런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는데 옆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전날 마닐라의 한국 영사관을 방문했더니 녹초가 되어 제가 오전에는 조금 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국과 달리 피를 제법 많이 뽑는데다가 시간도 배는 더 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핀 9시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1시가 넘어서 건강검진이 끝나고 결과를 받았습니다. 건강검진이 끝나고 처가 태어난 고향에 가서 장모님과 처가댁 식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3. 필리핀에서의 처가 방문
필리핀에서의 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지프를 개조한 지프니와 창문이 없는 일반 버스, 그리고 창문이 있는 에어컨버스입니다. 가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이 더운 날씨를 그냥 버틸 수는 없어 에어컨 버스를 탑니다.

그 이전에 터미널 근처의 몰을 방문에 처가에 사갈 물건을 고릅니다. 오렌지와 사과를 각각 예닐곱개씩 사고, 돼지고기 두 근과 닭고기 두 마리를 샀습니다. 처가의 가족이 장인장모를 빼고서라도 4남4녀인 가정이라 입이 제법 많을텐데 돼지고기 한 근이면 된다고 해서 두 근으로 변경하는 것도 제법 애를 먹었습니다. 이 선물은 제가 가져간 돈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업체에 지불한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계산하러 간 사이 잠시 처가 사라져서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계산하고 있는 와중에 바구니에 작은 컴팩트 하나를 놓습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얼핏 보니 존슨앤존슨 파우더인 걸로 보였는데, 가격을 언급하기도 민망한 제품이었습니다. 마음이 다시 또 안 좋아지더군요. 버스를 타고 가는 2시간 30분 동안 되도 않는 영어를 최대한 구사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도착 후 오토바이 삼륜차(?)로 10분여를 달려 처가댁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리단위쯤되어보이는 곳으로 야자수가 늘어져있고, 띄엄띄엄 집들이 있는데 처의 말을 들어보니 모두 일가 친척들이라고 합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며 10분여 걸어들어가니 작은 집이 한 채 보입니다. 사간 먹을거리를 건네드리고 가족들과 인사를 하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처제 처남들이 그렇게 어릴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동네 꼬마들이겠거니 했는데, 결혼식장에서 보니... 처제와 처남들이더군요.

집안 구조는 넉넉한 형편은 아닌듯 했습니다. 작은 컬러티비 한 대와 선풍기 한 대가 가전 제품 전부로 보였고, 그마저도 제가 가서 자리에 앉으니 틀어주셨습니다. 음식을 하기 위해 재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였는데 종이에 적어 준 것을 가지고 처와 함께 동네 슈퍼(?)로 가봅니다. 분명히 적힌 것은 예닐곱가지인데, 사는 것은 서너개입니다. 더 사야할 것은데 충분하다며 다시 저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만.... 도착해보니 결국 모자르게 사서 다른 사람이 몇 가지를 더 사오더군요(돈을 따로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사촌들이 점점 집안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집안이 작은데다가, 별도로 조리시설이 없이 그냥 나무에 불을 지펴 음식을 하는 구조라 연기도 좀 차곤 해서 집 밖으로 나와 처와 같이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집주변을 강아지와 닭들이 배회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조금 기다리니 조리된 닭고기와 쌀밥이 나옵니다. 다소 미원맛이 강한 요리였지만, 그래도 맛있게 덜어 먹었고, 밥도 양껏 챙겨먹었습니다. 얼레벌레하다보니 시간이 여덟시가 넘어가는지라 양해를 구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돌아가는데도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다가 밤거리는 아무래도 위험하니 일찍 출발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친척인지 모르겠지만 오토바이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한 분에게 저와 처가 얹혀 타고, 나머지 한 대에는 가이드가, 또 나머지 한 대에는 장모님과 장인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정류장으로 나섭니다. 기름값으로 1달러를 달라고 해서 페소로 챙겨주었더니, 그걸 가지고 작은 슈퍼로 갑니다. 뭘하나 싶었는데, 코카콜라병에 들어있는 휘발류를 받더니 그걸 오토바이에 넣습니다.


그렇게 다시 세부 시내로 돌아오는데 두시간 반 정도가 걸렸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숙소로 처를 데리고 와서 각기 다른 방에 머물렀습니다.(아직 혼인 전인지라..) 음식이나 분위기나, 상황이 모두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접하게 되는 모든 상황들이 힘들었지만, 최대한 웃고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필이면 처의 고향에서 한국으로 시집간 처자가 한 명 있는데, 연락이 끊어졌다고 해서 장모님께서 무척이나 걱정하는 눈치셨습니다. 장인께서는 영어를 잘 구사하시고 저와 대화를 시도하시려고 하셨지만, 장모님께서는 영어구사가 안되셔서 대화 자체가 많이 어려웠었습니다.

고향에서 세부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딸을 마중하러 나온 두 분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빵 만드는 웹기획자

2012/01/09 16:58 2012/01/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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